함정

선을 딱 긋고 여지 안 주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. 처음부터 했어야 했는데 너무 방심했다는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. 그래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(함정)에 더 빠져들기 전에 최대한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게 지금으로서 최선인 것 같다. 여러모로 놀라울 정도로 호흡이 너무 잘 맞고 말도 통하고 신기하곤 했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다.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일상이 됐고 그런 대화는 의지가 됐다. 전우애 같은 게 생긴 건지 모르겠다. 마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분이랄까. 그저 신기하다. 너무 비슷한 점들이 겹쳐서 끌리긴 한데 다른 성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은 가까워질 수가 없다. 심지어 멀리해야 한다. 그게 도리니까.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어차피 서로에게 스쳐지나갈 바람 같은 존재뿐이니까. 나이를 먹는 게 남 일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젠 나이를 진짜 많이 먹은 만큼 많은 것들을 인식하게 되고 소심해졌나봐. 솔직히 터놓고 나니까 뭔가 후련하다. 연연하지 말고 잘 보내주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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